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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나만 고백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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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이건

(2222년 기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부장

19세 186cm 70kg 3학년 3반

같이 가자 손 내밀었는데

넌 뒤돌아보지도 않았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입부 신청서

이름 : 표이건

입부 사유 : (상장 사례로 대체함)

 

    표이건의 일생은 현재부터 지금까지 두 파트로 잘도 쪼개졌다. 망하거나, 잘 되거나. 표이건은 자신을 불행하다 생각한 적은 없었으나 남들보다 못 사는 건 분명할 거라는 다짐 비슷한 걸 했다. 중학교 1학년 처음 가봤던 교회 천장에 뚫린 창문에 의해 전광을 착실히 받아 바래진 지 오래인 석상은 정확히 표이건의 자리를 눈 깔아 쳐다보고 있었고 표이건 또한 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뒤통수를 후리는 한 마디. 망했다. 누군가의 하릴없는 한숨 비슷한 거였겠지만 표이건은 그날 이후로 백 퍼센트 확신했다. 이 인생은 삼 분의 이 정도가 망했다고. 교회 벽 면에 울퉁불퉁 오른 표면적 위로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재밌네. 잘 탄다. 

 

애꿎은 활로 바이올린을 찍고 보니 세 번째 줄이 끊어졌다. 이건이가 이번엔 집중을 잘 해서 그런지 줄도 찢어먹네. 칭찬의 의미로 그런 게 아니란 건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 선뜻 대답하진 못했다. 다만 혼자 또 웃었다. 선생님 얼굴 위로 폭탄이 퍼부어지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나니까 열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곧장 정신과로 끌려갈 게 분명했기 때문에 선하게 웃기만 했다. 잘 사는 집안 자제는 원래 이런 거 아시잖아요. 저 미친놈. 따라 웃는 교사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회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반면 인간의 두뇌는 시간이 지나도 쇠퇴했으면 했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공익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께서는 뇌물금지법을 심심찮은 위로로 삼아 정직하고 뛰어난 교사인 척 좀 하다 주머니로 질질 새는 것 좀 메꾸고 산다. 여남불구 유생물들을 보면 나가리되는 쪽은 제 쪽이 아닐까 하는 상념과 함께 동네 학원을 관두고 새 학원으로 갔다. 거기서 또 줄을 찢어먹었다. 잘 하네, 이건이. 또 관뒀고 또 다른 데로 갔다. 타산지석의 파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표이건은 별안간 악기 전체를 깨부수는 데에 이른다. 잘 안 되는 게 있니? 비웃으며 밖으로 나선다. 이건이는 다 좋은데, 성질 죽이는 법을 좀 배워야겠어. 웃기는 소리. 내 성질이 더러운 이유는 온전히 당신들한테 있는 건데. 주머니 속에서 중지를 치켰다. 딱히 돌아오는 말 같은 건 없었다.

 

입부 계기랄 것도 폼나지 않았다. 할 거 없어서. 들어가라고 등 떠밀고 지랄이 났는데 할 줄 아는 건 가락질밖에 없어서. 꼴에 밴드부는 재수없고 시끄러워서 싫기도 하니까. 다만 표이건은 달갑잖은 학생에 속했다. 전심전력으로 또라이라는 소문이 돈 상태에서 뭘 하랴. 교사 앞에서 화분을 깨먹고 급식실에서 별안간 시비 거는 동급생의 머리에 식판을 들어 가격했다는 등 흔하고도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의 행동들을 일련을 보여주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며 실실댔다는 제보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이건은 오케스트라부에 들어 기깔나게 연주질만 해댔고 얼마 안 가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듯 다시 바이올린 몸통을 깨먹었다. 이어 세게 접붙는 마찰음. 야, 불만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 여기서 깽판 치지 말고. 당시 부장이자 모 유명 대학 최초합 확정이라던 여자가 확신의 미친놈에게 한 방 먹여줬다는 것이 교내에 퍼지자 표이건은 삽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날 이후로 표이건은 산 속에 한 달 가둬졌다 나온 얌생이 어린 애마냥 극도로 얌전해졌다. 오죽하면 말 잘 듣는단 이유 하나만으로 부장 열반에 올랐겠는가. 주변에선 뺨을 친 전 부장한테 미쳤냐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어가며 표이건이 부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쟤보다 잘하는 애 있어? 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 말대로 표이건은 그 부장이 떠나는 날까지 따까리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니까, 이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는. 

 

…정신을 차리고 보면 표이건은 혼자 남아 갱생의 철퇴(a.k.a 바이올린)로 무언가를 깨부수고 있다. 형, 뭐 해. 빨리 와. 뒤편에서 안면식조차 없던 남자애가 말을 건다. 그래. 가야지. 어수룩한 팽창음과 함께 깨부수던 것은 게시판에 붙은 자신의 얼굴들이다. 이후의 세계랄 것도 모르고 우악스레 이죽이는 얼굴들. 과거인들에겐 절대 보여줄 게 못 되는 것들.

 환상은 포곤포곤 내리고 있었다. 

으리라 믿는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쯤은 품고 있었

물론 그런 환상 같은 게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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