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이 가슴 한 켠에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환상 같은 게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한 번 쯤은 품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2020년의 겨울, 그 시간선에도 환상은 포곤포곤 내리고 있었다. 경기도 외곽에 자리 잡은 혜성 고등학교의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이맘 때가 되면 학교 내부엔 클래식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오케스트라부의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 연습 탓이다. 그 때문인지 12월에는 주말에도 학교 출입구의 통제가 느슨해지곤 했는데, 그 틈을 노려 천체관측부는 몰래 학교에서 합숙을 하기도 했다. 겨울에 별이 더 잘 보인다며, 꼭 크리스마스 직전에 학교 옥상에서 별을 관측해야 한다는 천체관측부만의 이상한 전통 때문에. 이 대사를 누가 처음 꺼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전 기수의 부장들이 항상 그 말을 따라왔기 때문에 2020년에도 역시 전통을 따르는 것 뿐이다. 애초에 이 눈구름을 뚫고 별을 본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그래도 올해가 두 동아리에게 다른 해보다 조금 더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합숙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던 자들이 나오지 않게 된 계기는) 오케스트라부는 공연에서 더 이상 클래식을 연주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천체관측부는 부실인 지구과학실 안에서 매우 흥미롭고 수상쩍은 기계를 발견했다는 점이었다.
오케스트라부는 클래식 대신 애니메이션 영화 OST를 연주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클래식만 연주했더니 머리 다 벗겨진 교장 교감 선생님 외에는 아무도 찾아오질 않는다고 했다.) 꽤 고된 합숙 기간을 보내고 있는지 연주가 썩 괜찮게 들린다. 당장이라도 공중을 걸어야만 할 것 같은 음악을 BGM 삼아 천체관측부 아이들이 살금살금 지구과학실 내부로 들어간다. 대체 지구과학실에 왜 있는지 모를 인체 모형을 치우면 방금 언급했던 매우 흥미롭고 수상쩍은 기계가 보인다. 크기는 180cm인 인체 모형보다 아주 살짝 큰 정도. 외형은 주크박스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손잡이가 달렸다. 문을 열어보면 성인 남성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 나온다. 내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품들이 잔뜩. 이렇게 큰 기계를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말인가? 아무리 지구과학실이 안 쓰인다고 해도 그렇지……. 혹시 이거 막…… 외국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런 거 아니야? 누가 코스프레 했었나? 그러나 코스프레용이라기엔 너무나도 정교하게 생긴 기계.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전원을 찾지만 그 어디에도 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게 한참동안 소란을 피우고 있었는데.
순간, 오케스트라부 아이들에 의해 문이 벌컥 열린다. 너희 대체 뭘 하길래……. 분명 미간을 찌푸리며 들어왔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하나 같이 기계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 한 체다. 너네가 미친 놈들 동아리라는 건 알았지만 하다하다 이상한 것까지 만드네. 너네가 발명 동아리야? 어쨌든 또 시끄럽게 하면 사감 쌤한테 말할 거야. 너네 학교에서 불법으로 거주한다고.
그렇게 오케스트라부의 아이들이 나가려는 (또) 순간, 누군가에 의해 인체 모형이 주크박스 기계를 향해 넘어진다. 환하게 불이 켜지는 기계. 어두컴컴했던 내부는 크리스마스처럼 빨간 조명과 초록 조명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뭐야. 예쁘긴 한데 이게 다야? 그나저나 지금 조명으로 누가 장난치는 거야?
환상은 포곤포곤 내리고 있었다.
으리라 믿는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쯤은 품고 있었
물론 그런 환상 같은 게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한 번




